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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토박이가 대전에서 길을 묻다. 2012-11-27 13:17:09 
작성자 : 나봉균(요셉)  조회 907

‘대전 토박이가 대전에서 길을 묻다.’

  백신부와 오랜만에 계족산 산행을 했다. 산 중턱 삼거리에 다다르자 막걸리, 컵라면 등을 파는 부부가 계셨다. 우리는 컵라면 하나를 시켰다. 뜨거운 물을 붓고 라면이 익기를 기다리는데 백 신부가 김치랑 같이 먹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아주머니께 김치는 없냐고 여쭙지 않고, 김치는 팔지 않느냐고 예쁜 말로 여쭤보았다. 그러자 당신들이 드시려고 가져온 것을 내어주셨다. 역시 말은 하고 볼 일이다. 그리고 말은 예쁘게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편의점에서 파는 김치는 한 입도 안 되는 양이 천 원이 넘는다. 그래서 김치 값도 계산해 드리겠다고 하자 괜찮다고 말씀하셨다. 고마운 마음에 마실 생각도 없었던 커피 두 잔을 팔아드렸다.

  삼거리에서 방향을 잡고 다시 산행을 계속했다. 그런데 컵라면을 사먹은 그 자리가 <임도삼거리>인줄 알고 있었는데 백 신부는 <절고개삼거리>란다. 나는 그럴 리가 없다고, 내가 예전에 얼마나 자주 왔었는지 모른다고 계속 우기면서 걸었다. 그런데 원래 내 생각대로라면 <임도삼거리>에서 우리가 걷는 방향으로는 대청댐 호수가 보이지 않아야 하는데 갑자기 호수가 눈앞에 펼쳐졌다. 오랜만인데다가 평소에 다니지 않던 쪽에서 올라가기는 했지만 어쩜 그렇게 몰라 볼 수가 있고, 삼거리도 어떻게 그렇게 닮은꼴일 수가 있을까?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믿기지 않긴? 멍청해서 그렇다!

  예전에 자장면을 맛있게 먹었던 L백화점에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대전지하철 개통한지 6년 되었다는데 처음으로 지하철을 탔다. 가끔 버스는 이용하지만 지하철은 솔직히 탈 일이 없었다. 아무튼 탄방역에서 내려 1번 출구로 나왔다. 그런데 사방이 낯선 빌딩 숲으로 둘러쳐져 있어서 도대체 어디가 어딘지 몰랐다. 백 신부는 검색하려고 스마트폰을 꺼냈다. 나는 때마침 지나가는 아가씨에게 물었다. “L백화점 가려는데요?” “이 길로 쭉 가시다가 왼쪽으로….” “감사합니다!” 생각해 보니 나는 대전 토박이인데 대전에서 길을 묻고 있었다. 참 어이가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일부러 찾아갔는데 결정적으로 그 중국음식점이 없어졌단다. 또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하루 종일 계속 이런 식인지 몰랐다. 모르긴 뭘 모르나? 멍청해서 그렇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백 신부는 탄방동성당에서 보좌신부로 지낸 적도 있었단다. 나만큼이나 멍청한 신부가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예전에 자기가 살던 동네 길도 못 찾을 수 있지?^^ 물론 사람이 살다 보면 길을 착각할 수도 있고 헤맬 수도 있다. 그러나 반드시 따라야만 하는 길이 있다.

“헛된 것을 보지 않게 제 눈을 돌려주시고
당신의 길을 따르게 하시어 저를 살려 주소서.”<시편 119,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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