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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서툰 사람들’ 2013-05-19 22:38:47 
작성자 : 나봉균(요셉)  조회 900

‘참 서툰 사람들’

  얼마 전 목욕탕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뭐, 목욕탕 풍경이야 빤하지 않은가! 가끔 온 몸이 도화지인양 문신을 한 사람들이 눈에 띄긴 하지만 놀랄 일 까지는 아니다. 그러나 남탕에서 긴 생머리를 가진 사람의 뒷태(?)를 보게 된다면? 놀랄 수 있다. 그런데 그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긴 생머리는 기본인데다가 주로 여자들이 목욕탕 갈 때 들고 다니는 플라스틱 목욕용품 바구니를 들고 태연하게 들어오는 사람을 보았다. 순간, 진짜 여자인 줄 알고 나도 모르게 잠시 얼어붙었다. 와우! 대박! 그 정도에 놀란 내가 서툰 사람일까? 여자 같은 그 남자가 서툰 사람일까?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유료 주차장에 갔는데 관리하시는 분이 요금을 미리 달라고 하셨다. 저녁 무렵이라 퇴근하시려는 모양이었다. 1시간 쯤 걸릴 것 같다니까 1,600원이라고 하셨다. 만 원을 드렸더니 거스름돈을 챙겨주시는데 영 서툰 모습이었다. 그래서 “동전은 됐구요, 3,000원만 주세요!”라고 말했다. 아저씨는 멈칫 하시면서 돈을 내주셨다. 봉달이는 주는 대로 받아 주머니에 쑤셔 넣었고, 바쁜 걸음으로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식사 후 집에 와서 보니 5,000원을 덜 받았다. 동전은 주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했던 것이지, 5,000원까지도 가지라는 말은 아니었는데…. 멈칫 했던 것으로 보아 아저씨는 정황을 알고 계셨던 것이 분명하다.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한 내가 서툰 사람일까? 멈칫 했던 아저씨가 서툰 사람일까?
  
  작년에 ‘성요셉 대학’이라는 이름으로 어르신 대학을 개교했다. 미사와 성경공부뿐만 아니라 동아리 활동도 대여섯 개 있는데 그 중에는 컴퓨터 교실도 있다. 컴퓨터를 배우고 싶어 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후원도 받고 본당 예산도 집행하여 컴퓨터실을 꾸몄고 인기도 좋았다. 그런데 이번 학기에 새로운 신청을 받았는데 신청자가 확 줄었단다. 이유는 간단했다. 더블 클릭(double click)이 어렵다는 소문이 퍼졌나 보다. 아! 더블 클릭!! 손가락이 마음먹은 대로 따라주지 않는 것이다. 손가락 동작이 너무 느린 것이다. 두 번을 연속으로 눌러주어야 하는데 손가락이 서툰 것이다. 어쩌면 늙는다는 것은 서툰 사람이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참 서툰 사람들>이라는 책 제목도 있지만 세상에는 참 서툰 사람들이 많다. 성격이 급한 편이라 실제로 뭔가에 서툰 사람들을 보면 답답해하는 봉달이지만 ‘서툴다’는 말의 어감만은 왠지 느낌이 좋다. 어쩌면 서툰 사람들 덕분에 세상이 그나마 살 만 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느님께서는 지혜로운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이 세상의 어리석은 것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강한 것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이 세상의 약한 것을 선택하셨습니다.”
<1코린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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